이 책에서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전통의학인 ‘한의학(韓醫學)’이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부상한, ‘민족의학(民族醫學)’ 담론에 대해 탐구하였습니다.
한의학은 식민지 시기 일제의 탄압 뿐 만 아니라,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도 존립 위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1951년 「국민의료법(國民醫療法)」 제정으로 한의사(韓醫師) 제도가 출범하였지만, 1962년에는 당시까지 존속하던 최초, 유일의 한의과대학이었던 ‘동양의약대학(東洋醫藥大學)’이 폐교위기까지 맞습니다. 이러한 한의학 존폐 위기에서 ‘민족의학’ 담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족의학 담론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민족성(民族性), 민중성(民衆性), 과학성(科學性) 등 하부 담론 사이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보이며, 한의학 부흥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이후 국민국가 체제의 위기, 의료의 전지구적 편입, 한의학의 탈영토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등장, 근거중심의학(EBM, Evidence-Based Medicine)과 통합의학의 부상 등 급변하는 의료 환경은, 이러한 담론 구조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의학이 직면하고 있는 시대적 도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서의 성찰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의사학 및 의철학 전공으로 석사학위(M.A. in Medical History and Philosophy)를 받았다.